어린이날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구제시장 후기
저번 주에 회사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창신동 문구완구시장(동대문 완구시장)에 갔었다. 그런데 영수증을 잘못 끊어와서 다시 한 번 천천히 구경도 할 겸 오늘 완구시장을 재방문했다.
완구시장에 가기 전에 일요일 영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수증에 적힌 가게로 미리 전화를 했다. 전화해보니 이번주는 영업한다고 했다. 보통은 일요일에 쉬는데 아무래도 곧 어린이날이 있어 대목을 보기 위해 가게를 여는 것 같았다. 정말 사람이 많을까 싶었는데 직접 가보니 며칠 전에 갔을 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창신동 문구완구시장은 동묘앞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도 되지만 한참을 걸어야 한다. 입구에는 이 곳이 완구거리라는 것을 나타내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입구가 몇 곳 되는데 각 입구마다 그런 현수막이나 안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동묘앞역 6번 출구>
<완구거리 안내 조형물>
<완구거리 현수막>
완구거리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래도 굵고 짧게 문구나 완구 중에 있을 건 다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옛날부터 흔히 봐오던 기본적인 장남감부터 레고(LEGO)나 드론도 있었다. 그 밖에도 축구공, 줄넘기, 공책, 인형,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 저금통, 미니선풍기, 필기구, 스티커, 킥보드 등 다양하게 있을 것이 다 있었다. 다만 가격대는 직접 낱개로 사보지는 않아서 싼지 비싼지 잘 모르겠다.
저번에 들렀던 가게에 들러 영수증을 제대로 다시 받은 후에 완구시장을 밖으로 해서 쭉 둘러보았다. 동신교회라고 해서 신축된지 얼마 안 된 느낌의 깔끔하고 예쁜 건물이 있었고, 대로변 쪽으로는 장난감과는 다른 종류의 잡동사니들을 파는 매대들이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저 건너편으로 사람이 또 바글바글한 데가 있어서 다 둘러보고 가고 싶은 마음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새로 들어온 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옷, 가방, 신발 같은 의류를 팔았다. 그 때 딱 생각이 든게 여기로 가다보면 동묘 구제시장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완구시장이나 구제시장이나 동묘앞역 부근에서 서로 가까이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계속 계속 가다보니 역시 예전에 몇 번 와봐서 익숙한 구제시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미어터졌다. 구제시장에 와서는 패션에 관심 있어 보이는 10대, 20대 청년들이 많이 꽤 많이 보였고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는 친구들도 있었다. 과거 GD가 무한도전에서 동묘 구제시장을 방문한 뒤로 젊은층 유입이 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음향기기로 보이는 것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외국인 두 명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 아저씨와 흥정 같은 것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구제시장 가는 길1>
<구제시장 가는 길2>
<동묘 구제시장>
<사람 많은 매대>
나는 동묘 구제시장에 일화가 하나 있다.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친구가 옷 구경시켜 준다고 나를 구제시장에 데려왔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옷을 몇 벌 샀는데 그 중 한 번은 옷을 사고도 가게에 두고 왔었다. 그래서 한 5분인가 10분 쯤 지나서였을까 다시 그 가게를 찾았는데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모른다고 하는 것이었다. 자기는 뭐 본 게 없다고. 그런데 참 애매하고도 미스터리 했던 것이 분명 내가 샀던 것 같은 옷이 벽 옷걸이에 다시 진열되어 있었다. 오래 전 이야기여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나는 저게 내 옷 아니냐고 따졌고 주인은 거기에 반박하면서 서로 몇 분간 말씨름을 했었다. 결국에는 주인의 선심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그 옷을 가져가게 되었고, 그 때 아주머니는 나에게 물건 간수 잘 하라며 버럭 화를 내셨었다. 누가 진실인지는 시간이 지나니 점점 더 햇갈리는 것 같다.
완구거리나 구제시장이나 모두 외국인이 간간히 보였다. 대부분 여행객은 아니고 실수요자인 것 같았다. 이런 곳을 또 어떻게 알았나 싶다. 그리고 오늘 동묘앞역부터 동대문역까지 시장거리가 길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딱딱 구획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거의 이어져 있었다. 별천지 같았고, 장사하는 분들이 동의하실 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기에는 생명력 있는 공간이었다. 많은 유동인구만큼 거래량도 상당해 보였다.
다음에 동묘앞역을 방문할 때는 서울풍물시장이라는 곳도 한 번 방문해봐야겠다. 구제시장에서 나왔을 때 길 건너로 보이던 또 하나의 시장이 었는데, 가보고 싶긴 했지만 오늘은 너무 많이 걸은 것 같아서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서울풍물시장 입구>